책리뷰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 리뷰]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 기억, 고통, 그리고 끝나지 않은 사랑의 이야기

우주땅 2025. 4. 23. 16:50

기억, 고통, 그리고 끝나지 않은 사랑의 이야기


2024년, 한국 문학이 세계의 중심에 섰습니다. 바로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덕분인데요.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인간의 기억과 고통, 삶과 죽음, 그리고 잊지 못할 사랑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배경으로 합니다. 작가는 이 역사적 고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낸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인간다움에 집중합니다.

“생명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그때 실감했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독자는 존재의 연약함과 동시에 그 연약함 속에 피어나는 강인함을 마주하게 됩니다.

눈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입니다. “눈처럼 가볍다”고 하지만, “그것에도 무게가 있다”고 말하는 문장은 너무도 시적이고 진실하죠. 마치 그 무게는 지금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기억처럼, 조용히 마음속에 내려앉습니다.

책 속 인물 인선은 말합니다.

“이상하지, 눈은.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눈이 내리는 순간에도 그녀는 고통을 떠올립니다. 총에 맞고, 칼에 베이고, 몽둥이에 맞아 죽은 사람들. 열일곱 살 아이가 세상을 향해 품은 분노와 자신을 향한 미움. 그 이야기 속에는 너무도 많은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그런 고통을 마주하고도 여전히 따뜻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지 고통을 나열하거나, 과거를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절박한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절대 작별해서는 안 될 것.

작가는 말합니다.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이 문장은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고통 속에서 희망을 붙드는 사람에게는 생존의 선언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또 말합니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삶을 버티는 힘은 결국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지극한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누군가를 안고 싶다는 감정,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감정이 아닐까요?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 현대사의 아픈 지점을 문학으로 품은 동시에,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랑과 고통의 경계에 선 모든 이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한강 작가의 문장은 여전히 조용하고 섬세하지만, 그 속에는 세계를 뒤흔드는 무게가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문학 작품이 아닙니다.
이 책은 기억이고, 고백이며,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증언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역사적 비극을 문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

감정이 섬세하게 담긴 문장을 좋아하는 독자

한강 작가의 전작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를 감명 깊게 읽은 분

인간의 본질과 생명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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