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추천 3

사혼화, 죽은 자의 마지막 인사를 담은 꽃 — 김선미 장편소설 ‘귀화서’ 리뷰

죽은 자의 영혼이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는 그 앞에서 어떤 마음을 품게 될까.김선미 작가의 장편소설 《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는 그 물음에서 출발한다. 이 소설은 죽음 이후에도 전하고 싶은 단 한마디가 있다면이라는 주제를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풀어낸 감성 판타지다.귀화서는 조선시대부터 존재해온 가상의 공공기관으로, 죽은 자의 영혼이 깃든 꽃인 '사혼화'를 통해 산 자와 죽은 자를 마지막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혼화는 생전에 가장 소중했던 단 한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고마리는 사혼화에게 선택받지 않아도 그 꽃을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현실의 벽 앞에서 방황하던 고마리는 ‘귀화서’의 계약직으로 입사하면서, 생전의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책리뷰 2025.05.01

흔들리며 나아가는 삶, 소설 《스파클》 리뷰|눈처럼 내려앉은 슬픔과 희망의 이야기

삶은 때때로 눈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이 쌓입니다. 차갑고 하얀 풍경 속에 묻힌 감정들, 그 위를 묵묵히 걸어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현진 작가의 장편소설 《스파클》은 그런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또렷하게 꺼내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가족의 상실, 죽음 이후의 감정, 삶의 의미, 그리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나의 16년 인생에서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는 첫 문장처럼, 이 소설은 누군가에게는 한 계절이자, 누군가에게는 한 생애의 기록처럼 다가옵니다.주인공은 형을 잃은 슬픔 속에서 자랍니다. 눈을 맞으며 생각하죠. ‘떨어지는 눈이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이 짧은 문장 하나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형을 그리워하면서도, 가족의 슬픔을 혼자..

책리뷰 2025.05.01

소년 –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숨겨진 문제작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중학 시절, 기숙사 생활, 그리고 소년애를 담은 작품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의 대표작 이즈의 무희나 설국과는 달리, 《소년》은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지만, 그의 문학적 원점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1. 《소년》 줄거리 및 주요 내용《소년》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916년부터 1917년 사이에 기록한 중학 시절 일기와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다.이 작품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작가가 후배 소년 '세이노'(본명 오가사와라 요시히토)와 함께 보낸 시간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너의 손가락을, 뺨을, 눈꺼풀을, 혀를 애착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너도 나를 사랑했..

책리뷰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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