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예측은 어떻게 가능한가?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 – 베이즈 정리로 보는 인생

우주땅 2025. 4. 18. 20:13

모든것은 예측 가능하다


삶은 체스가 아니라 포커에 가깝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정보가 완벽하게 주어지는 체스와 달리, 포커는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최선을 고민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런 포커 같은 인생에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이 있다. 바로 ‘베이즈 정리’다.

톰 치버스의 책 『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는 그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책이다. 놀랍게도 이 복잡한 문제를 푸는 공식은 매우 단순하다. 사칙연산만으로 가능하고,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심오하다.

예를 들어 암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해도 실제로 암이 아닐 확률이 높을 수 있다. DNA 검사의 일치 확률이 2000만분의 1이라 해도, 무고한 사람이 지목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확률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베이즈 정리는 그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베이즈주의’를 단순한 수학적 공식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적 태도라고 말한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는 매 순간 추론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추론은 대부분 베이즈 정리에 가깝다. 물론 완벽하게 계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간은 의외로 꽤 괜찮은 결정을 내리며 살아간다.

중요한 건, 확률은 절대 0이나 1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극히 희박한 확률’로 존재한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신념을 절대시하면 안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크롬웰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스도의 자비를 빌어 간청하건대, 당신이 틀렸을 가능성도 고려해주십시오.”

베이즈 정리는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예측의 세계에서는 기록이 중요하다. 내가 어떤 예측을 했고, 얼마나 확신했는지를 남겨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잘못된 판단을 고칠 수 있다. 믿음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증거가 있어도 우리는 기존의 확신에 갇혀버린다.
예컨대 누군가를 나쁜 사람이라고 의심했는데 결정적 증거가 없자 “그래도 분명 나쁜 사람일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마음을 닫아버린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인간은 비합리적이다’라고 단정하지만, 이 책은 다르게 본다. 사람은 의외로 꽤 괜찮은 결정을 내리고, 많은 경우에 실제로 베이즈적 추론을 한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자주 ‘나만 옳다’고 생각한다는 데 있다. 베이즈적 사고는 ‘상대방이 다른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이 관점을 받아들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것은 예측이고, 그 예측이 빗나갔을 때 믿음을 어떻게 바꾸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믿음의 조정을 도와주는 공식이 바로 베이즈 정리다. 톰 치버스의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그렇게 믿고 있는가?”
“새로운 증거가 나왔을 때, 나는 내 믿음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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