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0년대 초, 조선 여성들이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하와이로 떠났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사진과 전혀 닮지 않은 남편,
사탕수수밭의 고된 노동, 말도 통하지 않는 이방의 삶이었다.
이금이 작가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그 시절
‘사진 신부’로 떠났던 여성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단지 감동을 주는 픽션이 아니라,
기록되지 못한 여성 이민자들의 숨겨진 삶을 복원한 이야기다.
하와이로 간 조선의 여자들
1903년부터 1905년 사이, 약 7,000여 명의 조선인이 하와이로 이민을 떠났다.
그중 상당수는 미국 정부가 필요로 했던 노동력이었고,
남녀 성비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조선 정부와 선교사들은
‘사진 신부’ 제도를 시행했다.
여성들은 남편의 얼굴이 담긴 흑백 사진 한 장을 보고 결혼을 결정했고,
실제로 만나보면 전혀 다른 외모와 나이, 환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들이 조국을 떠나 새로운 땅에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며 삶을 개척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속 인물들
소설은 네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들은 이름도, 고향도, 성격도 다르지만
하와이라는 낯선 섬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김애순: 부유한 양반가 출신이었지만 가족의 몰락으로 사진 신부가 된 여성.
이영진: 농촌 출신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민을 선택한 인물.
박한나: 강한 성격의 소유자, 차별과 억압에도 꿋꿋이 싸워낸다.
윤혜림: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자란,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이들은 단순히 결혼을 위해 하와이에 온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노동자, 엄마, 친구, 여성,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살아간다.
작가 이금이의 따뜻한 시선
이금이 작가는 아동문학부터 청소년소설, 성인소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삶의 깊은 층을 써 내려온 작가다.
이번 작품 역시 철저한 역사적 조사를 바탕으로 하며,
실존 인물들의 삶을 조용히, 하지만 깊이 있게 그려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여성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한 감상보다도,
삶에 대한 질문이 가슴속에 오래 남는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떠난 사람들은 어떤 현실을 마주했을까?’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타지에서 버티고 있을까?’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여성들의 삶은 누구를 위해 존재했을까?’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잊혀졌던 여성들의 역사이자,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흐르는 이민자의 기억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어느새 내 마음속에도
그녀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우리는 살아냈다. 말없이, 묵묵히,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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